너는 내게 중심이 되고 싶냐고 했다. 전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잖냐고 했다. 내려쬐는 태양이 뜨거워 너는 몰랐을테지만 순간 내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너는 처음부터 솔직했고 너무 솔직해서 안보여줬으면 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내 속이 편했고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엔 늘 내가 먹고싶은 것과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 사이에서 우물쭈물했다. 그런 모습이 네 눈에 배려심 많은 사람처럼 보여졌었나 보다. 그 모습이 너는 좋았겠지. 하지만 내게도 유치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있다. 어떤 순간만큼은 중심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너는 나의 반의 반 만큼의 좋은 모습만 사랑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사춘기 시절부터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까지 특히나 아빠와 수많은 갈등을 겪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위해 놀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학원을 다녀야 했고, 어쩌다 가출소녀가 돼버린 가장 친한 친구와의 만남에 쓴 소리를 하고,타인과 비교하기도 하고, 내 생각을 얘기하면 쓸데 없는 소리 혹은 대든다며 매질을 했던 아빠.. 그것은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었으나, 나는 속박이자 미움이라고만 했다.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아빠가 존경스러웠던 계기가 크게 나눠 두 번 있었다.중학교 시절 한창 떠들썩했던 '다단계 사기'에 아빠는 뭣모른 채 발을 담구게 됐다.집에는 도통 어디에 쓰는지 모를 물건들이 하나 둘씩 늘어갔다.1년 가량 지났을까. 어느새 우리 집은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아빠가 '사기..
많은 생각이 들어 무엇을, 무엇부터 써야 할 지 모르게 된 밤이다. 가치관의 우선 순위가 이렇게 큰 영향을 주는지 몰랐고,내가 왜 그리 꿀꿀했는지 하루 만에 알게 된 밤.누굴 믿어야 하는가 보다는, 나에게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한지 깨닫게 된 밤이다.역시 가치관이 성립되는 순간은 그 상황을 직접 겪는 순간이다. 나에게는 저마다의 사람이 중요한데, 왜 꼭 둘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걸까.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을 겪는가 보다. 누군가 이상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그래도 '나는 나' 다.
그러하다. 내게 여행이란.사는 곳을 떠나 객지에 사는 것도.엄중하게 시행하는 것도.힘써 행하고, 행하기를 장려하는 것도.욕구를 금하고, 육체를 훈련하는 것도.지식과 행실을 닦는 것도.계획한 대로 해내는 것도.임무를 띠고 따르는 것도.짐승과 같이 본능과 욕구에 충실하는 행실도. 화가 나면 불같이 달려들고 끊임없이 남 탓을 했었지.왜 나만. 그러는 너는, 하고.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욕을 하기도 하고, 덤벼들기도 했지.뭐, 아직도 멀었지만. 떠날 땐 생각도 못했어. 여행이 수행이 될 거란걸.여행은 내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혹은 몸에 습관처럼 익혀야만 내 것이 되는 것들을 연습하도록 했어.예를 들면, 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법, 놓을 줄 아는 법, 감정절제하는 법같은 거 말이야.그래서 너와 아주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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