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중심이 되고 싶냐고 했다. 전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잖냐고 했다. 내려쬐는 태양이 뜨거워 너는 몰랐을테지만 순간 내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너는 처음부터 솔직했고 너무 솔직해서 안보여줬으면 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내 속이 편했고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엔 늘 내가 먹고싶은 것과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 사이에서 우물쭈물했다. 그런 모습이 네 눈에 배려심 많은 사람처럼 보여졌었나 보다. 그 모습이 너는 좋았겠지. 하지만 내게도 유치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있다. 어떤 순간만큼은 중심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너는 나의 반의 반 만큼의 좋은 모습만 사랑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태리에서 돌아온 날이 2016년 11월 11일이니 오늘이 꼭 204일 째다.부지런히 돌아다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12월 5일, 동물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전에 했던 일과는 다르니 뜬금없이 왜 동물병원이냐고 묻는 이도 있었지만 그저 밀라노에 있는 탑을 볼 수 없으니 대리만족이라도 하기 위함이었다. 출근 첫 날, 며칠 전 수술했던 햄스터가 죽었다. 보호자는 이렇게 될 거였으면 왜 수술을 했냐고 따졌다. 분노와 억울함이 섞인 목소리는 진료실을 뚫고 나왔다. 보호자를 보내고 진료실에서 나온 큰 원장님의 말에 따르면 햄스터는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일반적으로 2년 밖에 살지 못하는 햄스터의 나이가 이미 두 살을 넘긴데다가 마취와 수술 위험성이 워낙 큰 지라 수술을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나 작은 원장님..
2016.09.30 이 글을 시점은 그로부터 5개월도 더 지난 뒤이다.30일, 여느 때와는 다른 한달의 마지막 날 우리는 리보르노로 가는 배 안에 있었다.해 보다도 먼저 하루를 맞이했다.간 밤에 한숨도 못잤을 녀석을 풀어주자 신나게 뛰어다녔다.아침 해를 기다리는 것은 우리를 제외하고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그 날 보았던 해는 육지에서 보았던 그 어느 것 보다도 따스히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금새 날이 밝고 조찬시간이 다가왔다.아침은 브리오쉬와 음료 한 잔.내 앞에 있던 할머니 한 분이 정해진 음식에서 요거트를 하나 더 담아오셨다.직원이 제지를 하자 할머니는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꼭 요거트를 드셔야 한다고 부탁했다.결국 그 비용은 비싼 값에 치러졌다.티켓을 예약할 때 미리 주문하면 반 값 할인이 되어서 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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